창밖을 보니 비가 내린다.
기분이 이상하다.
춥다고 전기장판 위에 두꺼운 이불을 목 끝까지 올렸었고,
하늘에서는 새하얀 눈송이가 휘몰아치던게 어제 같았다.
우중충한 회색빛이 온 세상을 감싸고,
내 눈을 그걸 보고 있노라니 새삼 세월의 흐름이 느껴지는거다.
비내리는 풍경을 눈으로 담아내기만 한 상황이 아깝게 느껴진다.
대충 겉옷을 걸쳐입고는 우산만 달랑 들고 밖으로 나선다.
목적지를 딱히 정하지 않아 자주가는 산책길을 걷기로 한다.
완만하게 내려가는 인도는 질퍽하고 흐르는 빗물은 흐르고 흘러 옆에 난 하수구로 내려들어간다.
아스팔트 차도는 물과 맞닿아서인지 유독 더 검게 물들어있고 그 작은 2차선 도로를 차가 없는 틈에 건넌다.
첨벙. 물이 바닥에 스며들지 않아 살짝이지만 고여있는 물웅덩이를 밟자니 신발에 물이 들어간듯하다.
양말이 젖는다. 축축한 느낌이 들지만 나쁘지 않다.
어릴적 계곡에 놀러가서 운동화를 신고도 마음껏 뛰놀았던 그런 느낌이라 그런가.
운동화가 빗물에 젖어 고약한 냄새가 날거라는 생각이 들다가도 오늘만큼은 그런 생각은 안하기로 한다.
왠지 모르게 감상에만 젖어있고 싶은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