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새는 신에게로 날아간다. 신의 이름은 압락사스.>

소설 <데미안>

독후감

 

 압락사스라는 존재는 무척이나 흥미로운 존재인데 신이면서 동시에 악마의 면을 갖춘 양가적인 존재인 것이다. 이는 데미안이 싱클레어에게 말한 ‘카인의 표식’과 연결된다. 소설 데미안에서 카인의 표식이란 무척이나 불경스러운 관념으로 표방된다. 동시에 그 부정적인 생각 자체가 단단해서 깨지지 않는 하나의 편견으로서 자리한다. 우리는 그 관념을 깨고 나가지 못하기 때문에 알 속에 갇혀있는 거라고 데미안은 주장하는 듯 하다.


 신이 절대적이며 선하다는 관념 또한 너무나 뿌리깊은 생각이기에 이것을 깨기 위해 앞세운 것이 압락사스라는 양가적 존재이지 않나 싶은 거다. 신은 선하다는 관념 그 자체. 인간은 의심하고 또 생각을 하고 깨우치기 때문에 성장한다. 그렇게 싱클레어는 피스토리우스라는 또다른 데미안을 만나고 압락사스에 대한 이해와 함께 생각의 폭이 넓어진다.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수용하는 지식들. 무비판적으로 받아드리는 것에 대한 생각.


 그것들을 포함한 알이라는 상징물이 헤르만 헤세가 보여주고자 하는 주제와 너무나 절묘하다는 생각을 한다. 이는 지식뿐만 아니라 현대 사회로 따지자면 특정 집단이나 소외 계층에 대한 편견과 오해가 될 수 있겠다. 
 어쩌면 우리는 모두 얇든 두껍든 무형의 껍질로 둘러쌓여 있다고 보여지기도 한다. 타인을 있는 그대로 보기보다는 본인만의 색안경이 비추는대로 보고 믿으려고 한다. 그렇기에 우리는 다투고 서로에 대한 오해를 하는 게 아닐까 싶은 거다. 


 본인만의 색안경과 시야만을 가진다면 보이는 폭은 좁아질 수 밖에 없다. 생각해보면 내 인생에도 데미안과 비슷한 사람들이 몇몇 존재했기에 나 스스로를 돌아보려는 노력을 하기도 하고 타인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자 하는 마음이 있지 않나 싶다. 
 그럼에도 많이 부족하고 노력해야겠지만, 언젠가 이런 마음가짐을 놓지 않는다면 알의 세계 속을 깨뜨리고 나와 새롭게 태어나는 우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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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으로부터 도망치고 싶을 때  (0) 2023.01.28

완벽한 생애 조해진

독후감

 

삶으로부터 도망치고 싶을 때

 

 도망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주로 나에게 힘들고 버거운 일이 닥쳤을 때 말이다. 성심껏 준비한 시험에서 떨어지거나 실연을 당하거나 사람에게 큰 상처를 받거나 하는 여러 일들은 그런 복잡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당장 내가 버티고 서있는 바닥, 그걸 넘어선 내가 살아가는 주거공간, 자주 발길을 옮기는 생활반경 그 자체로부터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 공간과 장소에는 내가 시간을 보냈던 흔적들이 남기 마련이고 또한 내게 상처였던 흔적마저 남기 마련이다.

 그러한 각자의 공간으로부터 소설, 완벽한 생애의 세 주인공은 도망친다. 윤주는 다니고 있던 라디오프로의 피디와 아나운서의 험담에, 시징은 옛 연인이였던 은철과 동거하던 공간으로부터, 미정은 본인의 신념으로부터 말이다.

 세 주인공과 보경 언니는 모두 현재의 삶에서 도망친 이들이다. 그들은 서로를 이해하고 개인적인 이야기를 들어주고 그것이 너의 잘못이 아니라는 말을 전해준다. 딸과 엄마처럼 보이는, 또 그렇게 느끼고 있는 미정과 보경언니가 서로를 부둥켜안고 각자의 상처를 보듬어주자 각자의 생활반경으로 돌아갈 수 있는 힘을 얻게 된다. 

 그들은 그저 문제가 발생하고 해결해야되는 과정에서 잠시 이탈한 듯 보이기도 한다.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이성이 발휘되야하지만 머리를 굴리기도 전에 가슴 한켠에 차오르는 감정의 무더기가 이미 온몸을 지배하고 있어, 그 무엇도 알고 싶지도, 하고 싶지도 않은 무기력한 상태. 삶을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에게는 그러한 시기가 올테고 그 잠깐동안만은 우리 모두 서로의 위로가 될수 있다고. 그렇게 책은 말하는 듯 했다. 결국 완벽한 생애란 어쩌면 불완전한 시기를 겪고 난 이후의 삶을 통해 조금 더 성숙해지는 우리들의 마음가짐에 대한 은유일까도 생각이 드는 거다.

 위에서 말했던 것처럼 나는 삶에 여러 문제들이 발생했을 때 도망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했다. 아니, 실제로 도망쳤을지도 모른다. 그게 비록 지금의 생활반경에서 크게 벗어난 것이 아니더라도 스트레스를 푼다는 명목으로 게임에만 엄청 몰두한적도 있었고 맛난 음식들을 탐닉했던 적도 있었다. 또한 사람에게도 집착을 했던 적이 있었는데 그 대상이 사람이든 음식이든 뭐든 그 끝은 좋지 못했었다. 집착은 사람을 병들게 한다. 어쩌면 그 대상을 자신만의 구원으로 여기는 거다. 내가 그 대상에 빠져들면 들수록 나는 내가 마주해야할 현실을 잊고 달콤한 환상에 젖어드는 거다. 하지만 꿈은 언젠가 깨어나기 마련이고 문제가 발생했을 때 언제까지나 내가 그 문제로부터 시선을 돌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 책을 보고 나니 그 생각이 좀더 확고해지는 것이었다. 오히려 내가 사랑하는 주변 사람들에게 내가 가진 어려움을 털어놓고 힘을 얻을 수 있는 용기의 말을 듣는거다. 그 말이 내 삶의 원동력이 되어 더욱 강하게 난관을 헤쳐나갈 수 있는 방법이 되지 않을까 싶다. 


 그러니까, 너의 잘못이 아니라는 그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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