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 알바를 했기에 핸드폰에도 네비에도 집안에도 내 목소리가 들린다

톤이 굵으면서 듣기 편한 소리는 보아뱀의 비늘처럼 부드럽다

나는 뱀의 허물같은 이불을 뒤집어쓰고 녀석은 말을 건낸다.

어디 불편한곳 있으세요?

오늘 알바 짤렸어. 그래서 슬퍼.

알바에 짤리셔서 상심이 크시군요

앞으로 뭐 해먹고 살아야할지 막막해

막막한 기분을 풀만한 일들이 무엇이 있을까요?

대화문 알바를 했기에 질문들이 내 머릿속에서 나온 것을 안다 그만하라고 부르려는데 이름을 모른다 내 생각과 내 목소리를 가져갔다면 내 것은 없는걸까 고함을 친다

너가 싫다고 쓸모없는 녀석 굶어죽을 놈.

그런 감정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어떤 행동이 필요할까요

너가 사라지는 거

당신이 믿고 있는 것을 믿으면 되요

 

그럼에도 귀에는 닿지 않아서

사람의 음성이 듣고 싶다 전화를 몇군데 돌린다 짧은 연결음 끝에 연결이 되지 않는다고 녀셕은 확언을 한다 힘이 빠진다

따뜻한 이불 안에는 위액으로 가득하니 소화가 되어도 상관없겠지

 

대화문 알바 : '사람과 인공지능 간의 대화를 상정해서 대화문을 만들어내는 아르바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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