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온전한 무게를 맡기고 편해지는 그런거
지방과 근육, 내장과 피부를 발아래로 뼈마디가 드르륵 소리를 내며 거리를 걷는거
무릎뼈가 연골없이 마찰하고 발바닥이 돌바닥과 쓸리지만 이런! 난 뇌를 빼두고 왔기에 통각이 있을리 없다 그렇다면 나는 죽은 걸까
생존한 일자를 기록하듯 손목에 새겨진 칼자국이 촘촘하던 어느날
사람들이 살고 있는 무인도에 지낸지도 몇 년째일까
대단히 넓었던 섬은 어딜가나 사람들이 발에 채였고
쨍쨍한 태양은 어딜가든 나를 따라다녔다 늘상 낮이였기에 환히 드러난 우리의 몰골은 추레했고 생존을 위해 야자열매를 따야만했다 마셔봤자 땀으로 금방 배출할 것을 우리는 알면서도
해변에 쓸려오는 썩은 물고기의 눈은 먼 곳을 향했고 오가는 우리의 시선도 엇갈리는데 의미없는 눈길을 어디로 줘야하나
버려둔 피부와 힘줄, 연골과 내장 따위를 까마귀들이 쪼아먹고 있었다
달팽이관도 없이 나는 맥동하는 심장소리를 약탈자들 사이로 들었다
고통이 증거라며 손목에 빼곡이 적어둔 살고 싶다는 말이 무색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