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은 언제든 불어옵니다 몸을 붙들고 등을 떠밉니다 오감은 애초에 없었습니다 휘말릴뿐입니다 어느새 절벽 끝입니다 후회는 없습니다
우리는 돌돌 말려있습니다 마른 옷가지처럼 뭉쳐지다보니 어떤 형태였는지 잊혀지기도 합니다 둥근 모양였는지 네모였는지 세모였는지
스스로를 어떻게 돌아보겠어요 옷따위에 눈이 달린 것도 아닐텐데
푸른 바다가 보이는 가파른 절벽 위
우리는 나뭇가지에 걸려있습니다
억센 줄기는 목부분을 움켜쥐며 놓아주질 않습니다 아니요
우리가 가지를 부여잡고 있는듯 합니다
바람은 여전히 재촉하는데
상상해봅시다
가지를 놓고 구름 아래로 옷가지를 펼치며 날아오르다
바람이 약해지는
그 다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