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지난 날이 기억나
산책길을 걸었지 지독히도 어두웠던 밤이여서 가로등 불빛만을 의지했던 어느날
너는 고개를 앞으로 향했고 그런 너를 바라보던 나였지 옆을 지나가던 사람들은 지름길로 빠져나가
너는 얘기했어 지름길로 향하면 안되는 이유에 대해, 마치 사명이 있는 것 같았지 그것은 스스로 짊어진 게 아니라 누군가 부여해준 것과 같아서 절대자가 있다는 확신이기도 했어 주어진 길 끝에서 그가 밝은 빛을 비추고 있고 동반 정도는 할 수 있는게 아닐까 그런 설렘이 들더라고
큰 도로가 나왔을때 너는 얼른 집에 가야한다며 지름길로 향했지만
지금 전화 속 너의 목소리는 그때를 그리워하지
포기하면 안됐었어
그래도 그때 돌아가지 않은 너가 대단한거야
너가 보여준 빛이 밝아서 눈이 멀어버린 거란 말이 입 속에서 흩어지지
산책길 위에 여전히 나는 혼자였고 너가 없는 사이에 바스락대는 발소리 가로등은 빛을 잃어갔어 저 끄트머리에서 희미한 빛무리가 보이는데 핸드폰을 손에 쥔채 입만 달싹거리고 있는거야
그가 기다리는 사람이 나였으면 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