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이란 마치 생물과도 같다.
막힘없이 흐르듯 써지는 날이 있는가 하면 한 문장조차 제대로 써내리기 어려울때가 있다.
그것은 우리가 느끼는 컨디션과도 비슷하다. 팔을 들어올리기 위해 생각을 하는 경우는 없다.
무엇을 집는다,처럼 상위 프로세스가 머릿속에 입력이 되면 그 명령을 수행하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팔이 움직이는 식이다.
어쩌면 그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일지도 모른다. 큰 덩어리를 이행하기 위해서는 작은 부속들이 잊혀지는 것.
그런 의미에서 글도 마찬가지다. 글은 보통 한 가지의 주제나 관념을 관통하는 지점이 필요하다.
다른 부가적인 생각들은 잡념 혹은 부수적인 취급을 받는다.
글에는 군더더기가 필요하지 않다. 내가 글쓰기를 배우면서 가장 먼저 깨달은 사실이다.
그렇기에 매번 글쓰기를 자처하지만 그래서 글쓰기는 어렵다.
글을 써내려가는 내내 나는 내가 쓰려하는 주제와 어긋나는 생각에 빠져든다.
그렇게 나온 결과물은 좋게 말하면 말하고 싶은 바가 많은 글이고 현실적으론 산으로 간 잡탕이다.
이렇게 쓰면서도 내 머릿 속에는 다른 생각들이 떠오른다. 실은 내가 생각한 것이 답이 아닐지 몰라. 글이 어떻게 생물일까.
모든 일에 정답이 없다고 말들 하지만 보통의 현명한 대답은 있기 마련이며 그 외의 대답들은 좋지 못한 선택의 대가 같은 벌칙 정도로 여겨질뿐이다.
그렇게 쓰면 안되지. 좀더 다듬을 필요가 있어. 보는 이들의 니즈를 공략할줄도 알아야지. 너만 만족하면 끝이야?
펄떡펄떡. 속에서 뒤틀리는 소리에 집중을 할 수가 없다. 어찌보면 물밖으로 나온 물고기의 죽어가는 몸부림 같기도 하며 생명의 태동처럼 들리기도 하다. 그걸 어떻게 해석하냐는 나만의 몫이니까.
혹시 어제 먹은 음식이 잘못되서 소화를 못시키는 소리일 수도 있다. 토사물을 토해내듯 키보드를 두들긴다. 한글문서 위에 검은 글자들이 쌓여가며 악취를 풍긴다
이건 일기일까. 수필일까. 소설일까. 시일까. 이제 글은 끝을 향해 가는데 아직도 갈피를 못잡고 있는 나였다. 아무렴 어때.
속은 개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