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소리를 낸다 입 밖으로 나간 말인데

 

손으로 막는다 조각나지 않게

 

하지만 몸 어딘가는 구멍 나서

 

군데군데 새어서 빠져나간다

 

깨진 파편을 꿰어 맞추려 손을 뻗어 보지만

 

틈새가 벌어져 비집고 나가는 것들

 

분비물과 들어오는 공기 날숨

 

빗금 가는 것들

 

나와 내가 아닌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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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지옥으로 걸어 들어가고 있다.

그 이유는 너가 원해서였다.

너는 알고 싶었다,

네가 살아가야 할 이유에 대해.

 

너의 사고방식은 보편적인 사람들과 달랐다.

그것은 너의 어머니 때문이었다.

어머니는 항상 말씀하셨다.

 

인간은 헤아릴 수 없는 죄를 졌기 때문에 평생을 속죄하며 살아야 한다.”

 

그 속죄의 방식은 고통이었다.

너는 매번 체벌에 시달려야 했다.

마치 인간들의 죄악을 짊어진채 십자가에 못이 박혀 죽은 이 마냥,

모든 인간들의 죄악을 짊어지는 역할을 부여받은 것처럼.

너는 고통에 익숙해져갔다.

아니, 익숙한 척 해야했다.

매번 고개드는 살아가야 할 이유에 대해 되묻고 하면,

이미 덧나있는 상처 속에 벌레가 기어가는 기분이 들어서였다.

 

너는 이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나는 제물이다.

모든 이들의 고통을 대신 감당할 의무를 지녔다.

너 자신을 신성시 여기기로 했다.

맞는 이유를 만들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그 환상은 상처 속에 꿈틀대는 벌레만큼이나 끔찍하게 깨졌다.

 

너는 태어나지 말았어야 해.. 너만 없었다면 내 인생은..”

 

너는 어머니의 혼잣말을 들어버린 것이다.

너의 어머니는 미혼모였다.

독실한 가톨릭 수녀였던 그녀는 하룻밤의 실수로 신도였던 남자의 아이를 배게 되었던 것이다.

그 이후 그녀는 수녀로 살 수 없게 되었다.

너의 어머니는 너를 악마로 보았다.

자신을 하나님과 떨어뜨리게 만든 사탄.

선악과를 건낸 사탄은 그렇게

자신의 몸 속에 잉태되었다고,

너의 어머니, 나는 생각했다.

 

그래서 너는 악마다.

그래서 나는 너가 지옥에 떨어지길 바라며

이 집을 지옥으로 만들었다.

지옥으로 돌아가라, 악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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