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항아리였던 것
단편 _ 지옥
너는 지옥으로 걸어 들어가고 있다.
그 이유는 너가 원해서였다.
너는 알고 싶었다,
네가 살아가야 할 이유에 대해.
너의 사고방식은 보편적인 사람들과 달랐다.
그것은 너의 어머니 때문이었다.
어머니는 항상 말씀하셨다.
“인간은 헤아릴 수 없는 죄를 졌기 때문에 평생을 속죄하며 살아야 한다.”
그 속죄의 방식은 고통이었다.
너는 매번 체벌에 시달려야 했다.
마치 인간들의 죄악을 짊어진채 십자가에 못이 박혀 죽은 이 마냥,
모든 인간들의 죄악을 짊어지는 역할을 부여받은 것처럼.
너는 고통에 익숙해져갔다.
아니, 익숙한 척 해야했다.
매번 고개드는 살아가야 할 이유에 대해 되묻고 하면,
이미 덧나있는 상처 속에 벌레가 기어가는 기분이 들어서였다.
너는 이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나는 제물이다.
모든 이들의 고통을 대신 감당할 의무를 지녔다.
너 자신을 신성시 여기기로 했다.
맞는 이유를 만들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그 환상은 상처 속에 꿈틀대는 벌레만큼이나 끔찍하게 깨졌다.
“너는 태어나지 말았어야 해.. 너만 없었다면 내 인생은..”
너는 어머니의 혼잣말을 들어버린 것이다.
너의 어머니는 미혼모였다.
독실한 가톨릭 수녀였던 그녀는 하룻밤의 실수로 신도였던 남자의 아이를 배게 되었던 것이다.
그 이후 그녀는 수녀로 살 수 없게 되었다.
너의 어머니는 너를 악마로 보았다.
자신을 하나님과 떨어뜨리게 만든 사탄.
선악과를 건낸 사탄은 그렇게
자신의 몸 속에 잉태되었다고,
너의 어머니, 나는 생각했다.
그래서 너는 악마다.
그래서 나는 너가 지옥에 떨어지길 바라며
이 집을 지옥으로 만들었다.
지옥으로 돌아가라, 악마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