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에는 보통 그렇잖아
사방에서 들려오는 캐롤과 번화가에 세워지는 트리
밑동이 잘린 나무는 어디론가 버려질테니
잉크가 반쯤 덮힌 꾸깃한 설렘 같은건
땅구덩이 깊이 묻어 둘거야
그럼 미물들에 자르고 먹혀
쇠 맛나는 목청만이 남겠지
어느날 문득 그대가 편히 누워
바닥에
귀를 기울였으면 좋겠어
종이에 못 다 적은
그리움을 떠올리면 좋겠어
크리스마스에는 보통 그렇잖아
사방에서 들려오는 캐롤과 번화가에 세워지는 트리
밑동이 잘린 나무는 어디론가 버려질테니
잉크가 반쯤 덮힌 꾸깃한 설렘 같은건
땅구덩이 깊이 묻어 둘거야
그럼 미물들에 자르고 먹혀
쇠 맛나는 목청만이 남겠지
어느날 문득 그대가 편히 누워
바닥에
귀를 기울였으면 좋겠어
종이에 못 다 적은
그리움을 떠올리면 좋겠어
자존감은 건물과 같다
뼈대부터 부실하면 높이 쌓아진들
작은 충격에도 휘청거리지
내실이 단단하면 흔들리지 않아
누가 나를 무시해도 나라는 존재를 얕잡아도
아무렇지 않게 무시할 수 있는 그런 단단함을
어느샌가 나는 선망해오고 있었다
그래, 뼈대가 문제라면 부수고 다시 세우면 될텐데
지금까지 지켜온 세월이 아까우니까
다시 지어진 건물이 내 것이라는 확신이 없으니까
무너지지 않게 끌어안고 사는거다
혹여나 다가오는 이들을 경계하며 말이다
해변 위에 만든 모래성이 바다에 떠밀려 가지 않을까
조마조마 하는 아이의 모습이지
언제쯤 단단해지고 어른이 되서
내버릴 수 있을지
글이란 마치 생물과도 같다.
막힘없이 흐르듯 써지는 날이 있는가 하면 한 문장조차 제대로 써내리기 어려울때가 있다.
그것은 우리가 느끼는 컨디션과도 비슷하다. 팔을 들어올리기 위해 생각을 하는 경우는 없다.
무엇을 집는다,처럼 상위 프로세스가 머릿속에 입력이 되면 그 명령을 수행하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팔이 움직이는 식이다.
어쩌면 그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일지도 모른다. 큰 덩어리를 이행하기 위해서는 작은 부속들이 잊혀지는 것.
그런 의미에서 글도 마찬가지다. 글은 보통 한 가지의 주제나 관념을 관통하는 지점이 필요하다.
다른 부가적인 생각들은 잡념 혹은 부수적인 취급을 받는다.
글에는 군더더기가 필요하지 않다. 내가 글쓰기를 배우면서 가장 먼저 깨달은 사실이다.
그렇기에 매번 글쓰기를 자처하지만 그래서 글쓰기는 어렵다.
글을 써내려가는 내내 나는 내가 쓰려하는 주제와 어긋나는 생각에 빠져든다.
그렇게 나온 결과물은 좋게 말하면 말하고 싶은 바가 많은 글이고 현실적으론 산으로 간 잡탕이다.
이렇게 쓰면서도 내 머릿 속에는 다른 생각들이 떠오른다. 실은 내가 생각한 것이 답이 아닐지 몰라. 글이 어떻게 생물일까.
모든 일에 정답이 없다고 말들 하지만 보통의 현명한 대답은 있기 마련이며 그 외의 대답들은 좋지 못한 선택의 대가 같은 벌칙 정도로 여겨질뿐이다.
그렇게 쓰면 안되지. 좀더 다듬을 필요가 있어. 보는 이들의 니즈를 공략할줄도 알아야지. 너만 만족하면 끝이야?
펄떡펄떡. 속에서 뒤틀리는 소리에 집중을 할 수가 없다. 어찌보면 물밖으로 나온 물고기의 죽어가는 몸부림 같기도 하며 생명의 태동처럼 들리기도 하다. 그걸 어떻게 해석하냐는 나만의 몫이니까.
혹시 어제 먹은 음식이 잘못되서 소화를 못시키는 소리일 수도 있다. 토사물을 토해내듯 키보드를 두들긴다. 한글문서 위에 검은 글자들이 쌓여가며 악취를 풍긴다
이건 일기일까. 수필일까. 소설일까. 시일까. 이제 글은 끝을 향해 가는데 아직도 갈피를 못잡고 있는 나였다. 아무렴 어때.
속은 개운했다
한동안 좋은 사람에 대한 혼동이 있었다.
모든 사람들과 잘 어울리고 누구에게나 친절하게 대하는 사람이 있었다
그런데 그런 그와 나는 대화의 코드가 맞지 않았다
행동의 방식도 달랐으며 사고방식,가치관 등등 다른 부분들이 많았다
다른 부분을 인식한 순간 나는 그와 같이 있는 시간이 거북해젔다
나는 의문이 들었다 모두에게 좋은 사람이라면 나에게도 좋은 사람이어야 하지 않나
문득 자괴감이 드는 것이었다 내가 사회성이 없어서 못 어울리는 걸까.
그때의 난 모든 이들과 어울릴 수 없다는 불편한 진실을 외면하고 싶었고 그 원인을 예민한 나의 감정 탓으로 돌렸다
차라리 그게 편했을지도 모른다
어릴때의 나는 모두가 서로에게 마음을 열지 않았기 때문에 친해지지 못하는 것이라 생각했으니까
성향 자체가 맞지 않아서 어울릴 수 없는 부류가 존재한다는 사실은 성인이 되고 몇년이 더 흐른 후에야 인정할 수 있었다
그것은 곧 내가 가진 사람의 기대와도 맞닿아 있었다
사람에 대한 기대를 내려놓게 되자 내 머리는 마음껏 내 사람과 아닌 사람의 분류를 시작했다
좋은 사람이든 나쁜 사람이든 테두리 바깥의 존재
도덕 유무 상관없이 그어놓은 원 안에 들어온 사람들
세상에는 두 부류가 있을뿐이었다
잠이 쏟아져 덮쳐오는 파도에 휘말리고
허우적 대는 와중에도 마음은 편안해져
힘빠진 채로 밑바닥 속에 가라앉았었지
꿈 밖으로 떠오르면 온몸은 땀으로 젖어있고
눈뜬 곳은 몸 하나 누윌 원룸방
창문 사이로 뜨거운 햇빛은 숨을 못 쉬게 해
어릴때 보던 영화 워터월드에 인어인간처럼
귀밑에 아가미가 달려있고 호흡은 가빠져서
숨쉬는 방법을 알려달라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코로 숨을 마시고 입으로 내뱉으래
벅차지만 어쩌겠어
맞다는데 그게
오늘은 하루종일 비가 내렸다 기온까지 오른탓에 눅눅함이 집안을 가득히 짓눌렀다 사람의 손아귀에 붙잡힌 벌레처럼 가만히 꼼지락거리던 나는 몸을 일으킬 수 없었다 마치 목욕탕에서 더운 수증기를 한껏 들이마셔 몽롱해진 상태로 멍하니 있던 어린 시절의 어느 한때처럼 굳어있다
무력함을 이불 삼은채 기억에 몸을 맡긴 나는 교과서를 잔뜩 넣은 책가방을 간신히 어깨에 맨다 방학식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던 날. 우산은 없는데 장대비가 내린다 집까지 그리 멀지 않았기에 발걸음을 옮기고 어깨는 부들대고 온몸은 날카로운 침들을 맞는듯 한데 조금만 더 한걸음 더 나아가면 도착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는다
그때 가방에는 넣어둔 우유가 터진듯 상한 냄새가 나고 나는 주저 앉는다 차라리 이곳이 목욕탕이길 바란다 웅덩이진 바닥은 따뜻한 온탕이고 온몸을 적시는 빗물은 샤워기에 뿜어지는 것일뿐 같이 갔던 아빠는 떼밀이로 등을 밀어주고 마찰열 마저 포근했던 한때 온탕이 너무 뜨거워 냉탕을 가도 되냐는 물음에 감기 걸린다며 말리시던 음성까지도
문득 꿈에서 깬다 눅눅함을 젖힌다 책가방을 매던 그때처럼 어깨는 욱신하고 방에는 혼자 있었다
여전히 밖에선 비가 내렸다
장대비였다
잠이 안온다
몸 구석 어딘가 갉아먹힌 소리가 들려서 귀를 막아도 소용없고 이러다 전부 파먹혀 껍질만 남게 될까 무서워
애초에 속이 뭐지 속이 뒤집혀서 까봐도 나오는건 없는데 속이 원래 없던걸까
속이 상해봐도 원래 속도 없는 사람이라 괜찮은걸까
그렇게 달래보며 잠을 청한다 속이 없는건 명확한데 여전히 갉아먹힌 소리가 들리고
가슴켠인가 싶어서 두드려봐도 여전히
사각사각
영화를 본다
치킨을 먹는다
수음을 한다
의자에 등을 기댄채
앉아 있는데 허리가 아파왔고 아픈 이유를 나가지 않았기 때문이라 여겼지
어린날을 떠올릴때 나를 밖으로 떼어내야 튼튼해진다 엄마는 늘 말했거든
찢기는 소리와 함께 배를 부여잡고 집밖으로 나갔어 나가면 흘리는 떡볶이 국물자국, 옷에 묻는 누군가의 침이 상처에 닿아서 아픔이 심해지는 거있지 꿈에서
소독을 하려는데 부위는 남산만해져서 짓물이 터지고 갈라지고 나는 남자인데 뭔가 나오려고 하니까 유산 인가 유난 떠나 싶기도 하고 아파하지 말자. 소리내면 사내새끼 아니라는 동네 아저씨 말이 떠올라 입부터 막았고
깨어나서 홀로 의자에게 기대니 바라는게 많아지고 가짓수는 셀수가 없어져서 몽글몽글한 덩어리 속에는 기생충으로 점점 득실대는데 몸은 비좁아서 쏟아내기로 했어 여전히
허리는 쑤셨지만 쏟아낼 것들은 많았고
위아래로 토했지만 그저 수음일 뿐이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