쏘아오던 공을 향해 야구배트를 휘둘렀지 어디론가 날아갔고

쳐냈던 순간을 기억하지 두 손은 땀으로 가득해서 손잡이는 미끄러웠어 눈은 힘이 실린 공을 응시해야했지 후들대는 다리를 곧세우고 온몸을 뒤틀며 양 두팔에 힘을 주어 깡-

소리가 두 눈을 삼켰지 앞이 보이지 않아 너에게 공이 어디로 날아갔냐 물어보니 수많은 목소리가 재잘대고 있었지. 깡-소리가 토악질을 했고 눈이 밝아졌을 때 근심어린 얼굴을 본뜬 가면 쓴 사람들이 심사위원 석에 앉아있었지 점수판은 각각 10점 만점에 5점 4점 3점.

공은 아름다운 포물선을 그리면서 날아가야 멋진거야.

안타 정도가 아니라 홈런을 날렸어야지

이래선 프로데뷔 못한다 너?

쏘아진 문장 하나하나가 손 끝을 물어뜯었어 물어본 질문의 답을 듣지 못했지만 맞는 말이라며 고개를 조아렸지 구멍 하나 뚫리지 않은 가면이라 말이야

모르겠다는 말이 버릇이 된지 오래야. 여전히 스윙 자세를 취하면서 온몸은 긴장상태지

다음에 쏘아오는 공은 어디로 날아가는지 보고싶어 눈을 부릅떠도 깡-소리에 정신은 아득해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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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 옆 책상에 놓인 누렇게 때가 탄 노트는 의사였고 스프링에는 볼펜이 걸려있었다 노트는 볼펜을 청진기처럼 내 허리 여기저기에 갖다대더니 대뜸 디스크라는 것이었다

무거운 짐들을 옮긴적이 있나요 네

최근 살이 급격히 쪘나요 네 폭식을 해서요

앉을때 아픈가요 네 서있을때가 덜 아파요

의사는 몸에 적힌 활자들을 읽고는

4번과 5번 척추사이에 디스크가 삐져나와

신경을 건들고 있다고 했다

의자에 앉으면 신경이

눌려서 훨씬 아플거라 장담했다

평소처럼 누웠다 고통이 사라졌다 아픔은 허리부근에 자리하고 있었기에 잊고 있었던 공백이 아가리를 쩌억 벌렸다 나는 안으로 삼켜졌다

()방에는 커다란 풍선이 있다 투명해서 그 안에는 찰랑이는 액체가 보인다 점점 커지고 있다 풍선은 천장에 짓눌리며 뿌드득 소리를 낸다 방구를 참는 소리다 방 안 가득 풍선으로 가득찬다 숨이 막혀 풍선을 잡아 터뜨린다 액체가 터져서 나를 덮친다 썩은내 지린내 노린내가 사방에 진동한다

숨을 토해냈다 의자에 앉았다 허리는 날카로운 펜 촉이 찌르는듯 했고 다리는 저릿했다 노트를 폈다 냄새나는 손으로 볼펜을 놀렸다

뒤에서 들려오는 풍선 터지는 소리

귓가에 선명해서 퍼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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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지난 날이 기억나

산책길을 걸었지 지독히도 어두웠던 밤이여서 가로등 불빛만을 의지했던 어느날

너는 고개를 앞으로 향했고 그런 너를 바라보던 나였지 옆을 지나가던 사람들은 지름길로 빠져나가

너는 얘기했어 지름길로 향하면 안되는 이유에 대해, 마치 사명이 있는 것 같았지 그것은 스스로 짊어진 게 아니라 누군가 부여해준 것과 같아서 절대자가 있다는 확신이기도 했어 주어진 길 끝에서 그가 밝은 빛을 비추고 있고 동반 정도는 할 수 있는게 아닐까 그런 설렘이 들더라고

큰 도로가 나왔을때 너는 얼른 집에 가야한다며 지름길로 향했지만

 

지금 전화 속 너의 목소리는 그때를 그리워하지

포기하면 안됐었어

그래도 그때 돌아가지 않은 너가 대단한거야

너가 보여준 빛이 밝아서 눈이 멀어버린 거란 말이 입 속에서 흩어지지

산책길 위에 여전히 나는 혼자였고 너가 없는 사이에 바스락대는 발소리 가로등은 빛을 잃어갔어 저 끄트머리에서 희미한 빛무리가 보이는데 핸드폰을 손에 쥔채 입만 달싹거리고 있는거야

그가 기다리는 사람이 나였으면 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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짓이겨진 개나리 꽃잎조각이 손 안에 있었다

꽃말이 뭐였더라

누구든 입을 열때 하나의 열매를 내뱉는다고 여긴적 있었다 겉은 딱딱한 껍질을 둘렀고 속 안의 알맹이를 파먹기는 쉽지 않아 탐이 났다 여우가

저 포도는 신포도일거라 속삭였기에

과도를 꺼냈다

문장으로 둘러쌓인 열매를 쪼갰다 알맹이는 멀쩡해보여서

너에게 묻자,

이정도면 먹을만 하지

알맹이를 입에 넣으며 씹어대서 뿜어지는 과육의 향 때문에 코를 막는 수 밖에 없었다

자르고 남은 반쪽의 알맹이를 들고 실은 내가 사람 입에서 가져온 열매인지 익어서 바닥에 떨어져 벌레가 파먹은걸 가져온건지 누군가 배설을 했는데 때마침 대변을 열매처럼 둥글게 싸놔서 그걸 들고 온건지 헷갈리니 고민을 해보기 시작했다

열매 이전에 꽃이였던 것에 대해

꽃말이 무엇이었던가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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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이 떨린다 벌벌

감추려 해도 어버버대니까 다들 눈치챘나보다

대놓고 면박을 주든 벽 너머 구멍으로 훔쳐보든 동그란 눈은 송곳이 되어 찌르니 약을 바르자

찢어진 피부 속으로 오라메디가 스며든다 몸 이곳저곳은 투명한 색을 띄며 반짝반짝 빛나니까 눈에 띌텐데

온몸이 떨린다 으슬으슬

한여름에 감기는 개도 안걸린다던데

너무 추워서 커튼을 치고 문도 닫고 벽에 난 구멍도 막았지만 여전하다

두꺼운 이불 안에서 전기장판 온도를 끝까지 올린다 방안에는 여전히 바람샐 구멍이 많다

그 생각만으로 소름이 돋는 것이다

이유가 뭔지 모르겠다

그러한 의문을 문 밖 너머에서 들은 것 같다

그들의 목소리가 문 틈 사이로 들어와 바닥을 기어 침대 밑으로 쏘옥 들어간다

나는 그 아래를 들여다볼 용기가 나질 않는다

침대 밑 공간에는 송곳과 같은 한기가 흐르니까

이불을 머리 끝까지 덮을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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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전부를 뜻한다지만 엎어집니다 출렁이며 사방으로 튀는 몽상들은 늘상 오는 새벽처럼 차갑습니다

마지막을 논하고

과정이 중요하다 지껄이고

처음과 끝이 없으면 과정도 없다고 반복하며

그 본질이 어떻든

아래로 흐르고 있습니다

아직 첫 운을 띄우지 못했습니다만

엄지발가락 끝에 미지근한 꼬투리가 닿습니다

검지와 중지

약지와 새끼

발바닥을 흠뻑 적셔도 깨어나지 못하고

막을 수 없는 흐름이 주위를 배회하여

고민하고 있습니다

차가웠던 물이 더워질리 없으니

바닥에 흥건한 물을 주워서 컵에 담습니다

물을 어떻게 줍냐고요?

망상으로는 뭘 못하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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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은 언제든 불어옵니다 몸을 붙들고 등을 떠밉니다 오감은 애초에 없었습니다 휘말릴뿐입니다 어느새 절벽 끝입니다 후회는 없습니다

우리는 돌돌 말려있습니다 마른 옷가지처럼 뭉쳐지다보니 어떤 형태였는지 잊혀지기도 합니다 둥근 모양였는지 네모였는지 세모였는지

스스로를 어떻게 돌아보겠어요 옷따위에 눈이 달린 것도 아닐텐데

푸른 바다가 보이는 가파른 절벽 위

우리는 나뭇가지에 걸려있습니다

억센 줄기는 목부분을 움켜쥐며 놓아주질 않습니다 아니요

우리가 가지를 부여잡고 있는듯 합니다

바람은 여전히 재촉하는데

상상해봅시다

가지를 놓고 구름 아래로 옷가지를 펼치며 날아오르다

바람이 약해지는

그 다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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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온전한 무게를 맡기고 편해지는 그런거

지방과 근육, 내장과 피부를 발아래로 뼈마디가 드르륵 소리를 내며 거리를 걷는거

무릎뼈가 연골없이 마찰하고 발바닥이 돌바닥과 쓸리지만 이런! 난 뇌를 빼두고 왔기에 통각이 있을리 없다 그렇다면 나는 죽은 걸까

 

생존한 일자를 기록하듯 손목에 새겨진 칼자국이 촘촘하던 어느날

사람들이 살고 있는 무인도에 지낸지도 몇 년째일까

대단히 넓었던 섬은 어딜가나 사람들이 발에 채였고

쨍쨍한 태양은 어딜가든 나를 따라다녔다 늘상 낮이였기에 환히 드러난 우리의 몰골은 추레했고 생존을 위해 야자열매를 따야만했다 마셔봤자 땀으로 금방 배출할 것을 우리는 알면서도

해변에 쓸려오는 썩은 물고기의 눈은 먼 곳을 향했고 오가는 우리의 시선도 엇갈리는데 의미없는 눈길을 어디로 줘야하나

 

버려둔 피부와 힘줄, 연골과 내장 따위를 까마귀들이 쪼아먹고 있었다

달팽이관도 없이 나는 맥동하는 심장소리를 약탈자들 사이로 들었다

고통이 증거라며 손목에 빼곡이 적어둔 살고 싶다는 말이 무색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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